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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 Insight - 변호사의 법과 컨텍스트 읽기

추후보완 시기가 도과하고, 회생계획인가결정이 완료되더라도 회생채권이 실권되지 않을 수 있다

루미Lumi 2020. 11. 21. 14:14

image by geralt @ Pixabay.com

 

채무자에게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진 경우, 관리인은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목록을 제출하여야 하며, 회생절차에 참가하고자 하는 회생채권자는 이를 신고하여야 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7조 및 제148조). 회생절차가 개시될 경우, 공익채권이 아닌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의 권리는 개별적으로 행사될 수 없으며, 오로지 법원의 회생절차 내에서만 행사될 수 있다. 위 회생절차를 흔히 다른 말로 ‘법정관리’라고 불렀던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유래된 것이다. 회생채무자의 자산은 이미 총 채권변제에 부족한 상황이므로 채권자와 이해관계자 각자가 권리를 개별 행사함은 바람직하지 않고, 회생절차 내에서 다수 당사자의 채권 변제를 조율한다는 것이 회생제도의 취지이다.
 
또한 권리 행사가 가능한 채권자는 목록 기재자 또는 신고자에 한정된다. 다수 채권자와 회생채무자간 법률관계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입법이다. 회생채권자나 회생담보권의 귀책 사유 없이 신고기간 내 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위 사유 종료 후 1개월 이내에 추후보완신고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난 후에는 신고 불가하다 (회생법 제152조). 또한 회생계획인가 결정이 있는 때에는 회생계획이나 법률에서 인정된 권리를 제외하고 모든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관하여 책임을 면한다 (회생법 제251조).

위 조문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회생채권자의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관계인집회 종료 후에는 추후보완신고가 불가하며, 회생계획이 인가될 경우 회생채권은 면책된다는 것이다.

 

회생제도의 취지상 다수 채권자에 대한 일률적 법률관계 확정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채권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신고가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간 이후에는 추후보완신고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아예 회생채권에 관한 책임이 소멸된다는 것은 회생채권자에게 과도하게 불리하다고 해석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회생절차의 실무를 들여다보면 위와 같은 회생채권의 실권은 더욱 불합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 회생절차개시결정 내지 채권신고기간 등을 채권자가귀책 없이 알 수 없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우선 위 내용의 공고를 확인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회생법상 회생이나 파산 관련 공고는 관보에 게재하거나 신문, 전자매체를 통해 공시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대법원의 회생파산 공고사이트가 주로 이용된다. 그런데 홈페이지에는 공고문이 시간순으로 나열될 뿐 검색기능이 없어 관련사건을 찾으려면 페이지를 하나하나 눌러보아야 한다. 회생신청을 한 당사자가 아닌 한 채권자로서는 채무자가 언제 회생신청을 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우므로 홈페이지 공고문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회생파산사건은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에 하루에도 공고가 수 백건씩 올라오는 상황이다. 심지어 회생채무자도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 검색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마당에 채권자가 이를 확인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위와 같은 공고 확인이 어렵더라도 회생채권이 목록에 기재되거나 회생채권자에게 회생채권신고에 관한 안내가 제대로 송달되기만 한다면 회생채권자의 권리가 실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채권목록 개지 또는 회생채권신고 안내의 대상이 다수 채권자이다 보니 이 과정에서 누락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정된 기간에 다수 채권자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회생채권목록에서 장부 또는 거래처 리스트 중 하나를 빠뜨리는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회생채권신고 통지는 법문상 법원이 송달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실무상으로는 법원이 모든 회생사건에 관한 통지 절차 전부를 이행할 수 없으므로, 채무자가 송달서류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도 누락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채권자목록에서도 누락되고 채권신고안내 통지도 받지 못한 채권자의 권리는 결국 실권될 수 밖에 없는지에 관하여 예전부터 논의는 있었지만 확립된 규정이나 판례는 없었다. 채권자 무책인 경우 회생계획이 인가되었더라도 실권을 부정한 판례는 있었지만, 위 사안은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 종료 1개월 이전이었으므로 회생법 제152조에 따른 추후보완은 법 해석상 가능한 사안이었다 (2011그256)

 
그런데 최근 대법원판례에서는 추후보완 시기가 도과하고, 회생계획인가결정도 완료된 사안에 관하여 회생채권의 실권을 부인하였다(2015다236028(본소) 2015다236035(반소) 판결). 이 사건의 사실관계의 경우 회생채권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었으며, 관리인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회생담보권자·회생채권자 목록에서 누락하였고, 피고가 그로 인하여 회생절차에 참가할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한 채 위 회생절차 자체가 종결된 사정이 고려되었음을 염두하여야 한다. 위 사건의 경우 회생채무자는 회생계획상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여 변제자금으로 조달할 것을 기재하였으나, 실제로 30개월이 지나도록 매각하지 않고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자로부터 여전히 차임을 지급받거나 추심하여 그 금액이 이미 임대차보증금의 2배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또한 일반적인 사회정책적 고려상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은 회생절차라도 전액 보장되는 방향으로 회생계획이 수립되는 것이 일반적인 점,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자가 지급한 차임은 회생채무자의 운영 및 변제자금으로 사용되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실권시키지 않더라도 타 채권자와의 형평에 문제가 없는 점 등이 고려되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판례상 추후보완 시기가 도과하고, 회생계획인가결정도 완료된 사안이라도, 회생채무자가 채권목록 누락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고, 채권의 성질이 회생절차의 일반 관례상 거의 전액의 변제가 이루어지는 채권 (예를 들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며, 실권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타 채권자와의 형평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에는 회생채권자의 권리가 실권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위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 즉 채권목록 누락에 채무자의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없고, 타 채권자와의 형평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채권이 인정되더라도 변제가 과소할 경우 추후보완 시기가 도과하고, 회생계획인가결정도 완료되면 회생채권은 실권된다고 해석된다.